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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된 야수, BMW M550i 본문
평소엔 접해보지 못할 스마트키가 쥐어졌다. '스포츠, V8, 블랙' 고요히 심장을 두드리는 단어들이 모여있다. 어두운 지하주차장에서 버튼을 눌러 잠을 깨운다. 조용하다. 큰 울림보단 잔잔한 아이들링으로 심호흡을 하며 주인을 기다린다. 손바닥을 몇 번 쥐었다 펴면서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재촉한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도로 위에 BMW M550i를 올렸다. 앙칼진 사운드와 함께 가로등을 휘젖는다. 보닛 위로 샛노란 조명과 새하얀 조명이 드리우며 도심 속 카리스마를 그려낸다.
교통체증을 피해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고속도로와 지방국도에 호쾌한 주행감각을 펼치기만 기대했다. 웅장한 사운드와 진동의 V8을 기대했으나 BMW M550i는 기대를 단번에 집어던졌다. 4.4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은 정제된 회전 질감과 넘쳐나는 에너지로 무더위를 가로지른다. 블랙 슈트를 입은 킹스맨처럼 점잖되 강력하다. 530마력의 최고출력과 76.48kg.m의 최대토크는 언제든 차체를 튀어나가도록 만들지만 거친 느낌이 들진 않는다.
엑셀링의 즉각적인 반응과 적당히 가벼운 스티어링 휠 무게는 재미와 안정감을 동시에 안겨준다. 여유로운 기차 여행 시 빠르게 흘러가는 창밖을 바라보는 기분으로 쾌속 & 여유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익사이팅과 여유 사이 재미를 느끼는 순간순간을 짚어내라면 고성능 스포츠 세단의 정석을 보여주듯 운전자 조작에 따른 펀치력, 조향 감각일 테다. 고성능 차량은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가벼운 조작만으로도 확 튀어나가거나 제어가 어려운 순간을 맞이한다. 하지만 BMW M550i는 상당히 힘을 억제시켜놨다.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맹수의 야생성을 달래 놨달까? 덕분에 운전자가 약간의 스킬만 가지고 있다면 속도 제어와 핸들링으로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킨다.
중저속까진 스포티한 느낌을 여실히 드러내다가 고속으로 치닫을 수록 야수성을 더욱 억제한다. 속도가 오르면 풍절음이나 타이어 소음, 하체 소음 등으로 긴장감이 감돌기 마련인데 BMW M550i는 NVH 영역을 확실히 잡아냈다. ZF와 BMW의 신뢰 높은 조합도 안정감을 더하는데 한몫한다. 매끄러우면서 충격을 억제하는 디테일은 안정감, 운전 피로, 승차감에 큰 영향을 미치니 말이다. 특히나 고성능 차량은 속도에 더 민감하니 운전자도 예민하게 받아들여진다.
BMW M550i을 이끌고 달려가던 곳은 경상북도였다. 장마철이 다가왔는지 내려가는 내내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여줬다. 햇볕이 내리쬐다가, 소나기가 떨어지고 이내 맑아졌다.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BMW M550i는 매 순간 여행 필름이 됐다. 도로 위 아지랑이를 헤치며 달려 나가는 야수에서 빗방울 꾀꼬리로, 피로감을 달래주는 부드러운 승차감과 품격 높은 바워스 &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이 고막 정화를 이뤄냈다.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프로즌 블랙 외관 컬러와 이에 대비되는 화이트 컬러의 실내는 스포츠카 & 세단 모두를 만족시키듯 대조적인 분위기를 안긴다. 실제로 양쪽 영역에서 상당한 만족감을 느끼기도 했다. 실내 구성은 흔히 봐왔던 BMW, 디테일이 조금 다른 5시리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소재 질감이나 마감처리, 터치감과 버튼 무게감 등 사소한 부분에 충분히 고급스러움을 숨어있다.
실내외 만족감과 고급스러움은 차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어깨에 힘이들어가게 만든다. 검빨흰의 도어 씰 플레이트, 휠 하우스 부근, 후면 레터링까지 단조로움을 벗어나는 엣지로 멋을 더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것도 당연한 일.
양립하기 힘들 것 같은 두 성격을 버무려낸 BMW M550i, 유일하게 아쉬운게 있다면 연비일 테다. BMW M550i 공인연비는 복합기준 7.9km/L며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6.7km/L, 10.0km/L다. 4.4리터 V8 엔진임을 다시금 떠올려보면 단점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만 자꾸 지갑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BMW M550i
엔진 / 4.4리터 V8 트윈터보
변속기 / 8단 자동
배기량 / 4,395cc
최고출력 / 530마력
최대토크 / 76.48kg.m
정부 공인 표준 연비 (복합 7.9km/L, 도심 6.7km/L, 고속 10.0km/L)
가격 / 1억 2,18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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