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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일상의 비밀, 안동 당일치기 여행 본문
안동이라 하면 '찜닭'과 '하회탈'로 각인돼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돼 이미 너무나 유명한 하회탈 마을, 성 안쪽 사람들이 먹던 닭 요리라고 해서 붙여진 안동찜닭, 안동의 대표적인 두 시그니처를 벗어나기로 했다. 시그니처를 벗어나 가볍게 시선만 돌려도 수많은 설화와 역사가 안동으로 발길을 끈다. 안동의 모든 것을 단번에 볼 수는 없는 일. 당일치기 여행으로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코스가 있다.
당일치기 여행의 첫 번째 코스, 선성수상길 되시겠다. 선성수상길은 안동선비순례길이라고도 불리며 폭 2.75m, 길이 1km로 놓인 부교다. 안동호를 가로질러 걷다 보면 중간 지점에 쉼터가 마련돼있다.
이곳 쉼터에는 옛 국민학교 풍경이 꾸며져 있는데 안동호로 수몰되기 전 예안 국민학교의 교가와 사진이 걸려있다. 이곳도 나름 포토스팟이다. 다만 선성수상길은 쉼터를 제외하면 직사광선을 피할 길이 없어 준비 없이 걷다간 과도한 태닝이 이뤄질 수 있다. 우산이든 양산이든 필수다. 생존 도구가 필요하다. 안전을 위해 야간에는 출입이 제한되니 낮 시간을 활용해야 된다는 사실.
선성수상길은 예끼 마을을 끼고 있는데 예끼 마을은 꽤 유명한 곳이다. 예끼 마을은 안동댐이 건설되면서 서부리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이주해 조성된 곳으로 '예술의 끼가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예끼 마을이다.
예끼 마을은 다른 벽화마을처럼 골목길, 담벼락에 아기자기한 벽화를 그려 넣어 꾸며졌다. 하지만 다른 벽화마을과 차이점이 있다면 트릭아트 요소를 집어넣었다는 것.
진입로에 시원한 냇가 모습을 트릭아트로 구현해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는다. 바닥에 쭈그려 앉아 냇물에 손 씻으며 사진 한 장 남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오래전 할머니댁에서 봐왔던 집 구조, 한옥 등 과거를 회상하게 만드는 분위기에 옛 놀이문화와 추억이 그림으로 표현돼있다. 예끼 마을을 두루 둘러보면 정겨움과 아련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마을회관이나 우체국 등은 갤러리로 탈바꿈했고 카페와 식당도 수많은 이야기와 작품을 선보이는데 적극 뛰어들고 있다. 예술의 끼가 있는 마을, 그 본질을 놓치지 않은 듯하다.
선성수상길과 예끼 마을을 둘러봤다면 다음 코스는 안동댐 바로 밑에 자리한 낙강 물길공원이다. 낙강 물길공원은 한국의 지베르니라고도 불리고 안동 비밀의 숲이라고도 불린다. 안동댐에서 쏟아져 내린 시원한 안동호의 풍경은 물론이고 공원에 만들어진 연못과 분수, 조그만 폭포로 마음의 안식을 불러일으킨다.
메타세쿼이아와 전나무 숲이 열어준 징검다리는 낙강 물길공원의 손꼽히는 포토스팟, 가족과 연인이 줄 지어 사진 찍기 여념이 없는 곳이다. 상쾌한 바람과 청량한 물소리, 유유자적한 새소리와 공원을 찾은 이들의 웃음소리가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널찍한 광장에선 아이들이 뛰놀고 휴식을 찾아온 이들이 자연과 하나가 된다. 이 모든 풍경을 눈에 담고 있다보면 강아지들이 공원에서 왜 그리 침 흘리며 뛰어다니는지 공감이 갈 정도다.
공원 옆쪽으로 조그만 산책로가 놓여있다. 숲속 쉼터와 안동루, 안동댐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다. 산책로가 길지 않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숲 속 쉼터로 향하면 안동 비밀의 숲이라 붙여진 별명에 수긍한다. 중턱에서 나무로 만들어진 벤치에 앉아 안동호를 내려다보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숲 속 쉼터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안동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특별한 거 없어 보이지만 안동루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오브제가 된다. 숲과 호수, 인공구조물이 만들어낸 이상적인 조화에 하염없이 바라보게 만드는 마력이 깃들어있다. 안동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포토스팟.
안동루 바로 옆, 안동댐 정상이다. 안동댐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안동호의 모습은 말 그대로 취해버린다. 누가 붙잡은 것도 아닌데 어느샌가 발걸음이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테다.
"우리 러브 할까요?" 무슨 말인지 아시는가? 한때 우리를 먹먹하게 만들었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나온 대사다. 유진 초이(이병헌)와 고애신(김태리)의 로맨스가 꿈틀거렸던 곳, 그곳이 안동에 있다. 바로 만휴정이다.
만휴정은 원해 보백당 김계행(1431~1517년)이 말년에 독서와 사색을 위해 지은 정자다. 지금은 유진 초이(이병헌)가 추노꾼을 피해 숨어들었던 암자로 더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조그만 다리에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졸였던 장면을 기억한다. 나무숲과 바위가 둘러싸고 계곡물이 졸졸 흐르며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누구라도 '러브'하고 싶게 만든다.
만휴정에 들르면 문뜩 드는 생각이 있을 테다. 분명 예쁘고 산새가 아름답지만 이거 하나 보려고 오는 건 비효율적인거 아닌가? 라는 생각말이다. 앞서 언급했든 만휴정은 김계행이 말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수를 즐기려 만들어진 곳이다. 소탈, 아니 해탈이라고 해야할까? 청렴 결백한 김계행의 말년을 생각하며 만휴정을 둘러보면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을테다.
선성수상길, 예끼마을, 낙강 물길공원, 만휴정을 둘러봤다면 어느덧 시간은 밤을 향했을 테다. 밤에 보아야 더 아름다운 곳 월영교로 달려가야 한다. 월영교는 안동댐 하류에 위치해 낙강 물길공원과 밀접해 폭 3.6m, 길이 387m로 국내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로 만들어졌다.
1998년 무연고 묘에서 400년이 훌쩍 넘는 미투리와 한 통의 편지가 발견됐는데 미투리는 남편의 쾌차를 기원하며 머리카락으로 삼았고 편지에는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글이 적혀있었다. 월영교는 그 미투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이른 아침의 월영교는 물안개로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야간엔 샛노란 조명과 호수에 비쳐 흐르는 불빛으로 야경의 진수를 보여준다. 특히나 무더운 여름이면 선선한 바람이 더해져 많은 이들이 찾는다.
월영교를 건너면 나들이길이 마련돼있다. 이곳에서 우리에게 절절한 사랑과 감동을 안겨줬던 편지와 미투리의 주인공을 기리고 있다. 주인공은 원이엄마라 불리며 테마길이 조성됐고 '상사병'이란 조그만 병을 자물쇠와 함께 걸어둘 수 있도록 꾸며놨다. 예전 남산에서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듯이 말이다.
바삐 움직였지만 마음만은 여유로웠던 안동 당일치기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안동은 바삐 움직이는 일상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는 여행지로 느껴진다. 일에 치여, 사람에 치여 정신없는 우리네 삶에서 어쩌면 너무 이상적인 그림이었을 모습, 안동에서 잠시 그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한번 더 안동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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